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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36-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36회>-챕터11 <지금 잡히면 끝장이다!> 제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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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시인 .소설가)
기사입력 2019-09-07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36-

 

▲ 제2회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불멸의 꽃] 표지     ©김명희(시인 .소설가)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36회>

챕터11 <지금 잡히면 끝장이다!> 제2화

 

 

▲ 김명희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챕터11 간지     ©김명희(시인 .소설가)

 

 

 

 

< 11. 지금 잡히면, 끝장이다 >

 

1

 

원나라로 떠난 지 일 년 만에, 백운화상이 고려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녀는 백운화상의 귀국소식을 듣고도 선원사로 찾아가보지 않았다. 쉽게 높낮이가 변하는 육신의 사랑을 더는 좇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수천 년이 흘러도 영원히 변치 않을 그런 뜨겁고 단단하고 견고한 진리를 새기고 싶었다. 이제는 그를 향한 마음을 한 데 모아 금속활자를 완성하는 그 여정 속에 고이고이 녹여내고 싶었다. 그것만이 불자로서 진정으로 섬기는 존경과 사랑이자 영원불멸의 기도라 믿었다. 그녀는 한때 백운스님을 괴롭게 만들었던 자신의 죄업을 씻기 위해, 그리고 정안군을 떠나보낸 아픈 마음의 상처를 잊기 위해서라도 주조법 개발에 매달리기로 마음먹었다.

 

“아씨. 며칠 있으면 석가모니 탄신일인데……. 명절은 지나서 가시지 그러셔요? 온 마을마다 축제 준비로 분주합니다요.”

 

“아니다. 어서 하루라도 서둘러야 금속활자 주조법을 완성할 게 아니냐. 이번에는 선원사도 가지 못 하겠구나……. 부처님도 이해해 주시겠지…….”

 

남편을 떠나보낸 후,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진 마음을 이끌고, 그녀는 새로운 도토를 찾기 위해 남원현으로 먼 길을 나섰다. 마음이 힘들수록 더는 주조법 완성을 지체 할 수 없었다. 온 세상이 울긋불긋한 연등으로 가득 피어나 가는 곳마다 꽃밭처럼 아름다웠다. 개경에서 남원까지의 거리는 실로 엄청났다. 그녀는 가마를 타고 금비와 함께 길을 떠났다. 음력 4월, 온 세상에 연등과 이승의 꽃들이 만발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엽전만한 우박이 내렸다.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우박은 묘덕이 탄 가마위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놀란 가마꾼들이 묘덕이 탄 가마를 떠메고 느티나무 아래로 급히 피했다.

 

“아니. 이 봄에 웬 우박이래요? 아씨, 많이 놀라셨죠?”

 

“아니다. 그런데 참 요상하구나. 날씨도 맑고 화창하고, 꽃 핀 봄인데 해 뜬 하늘에서 우박이라니…….”

 

가마꾼들도 변덕스러운 날씨로 투덜거렸다. 모두는 이내 다시 남쪽으로 길을 떠났다. 온 나라 해안마다 왜적의 침입으로 조용할 날이 없었다. 그녀는 여러 날을 길에서 자고 먹으며 멀고 먼 남원을 향해 내려갔다. 가는 길에 부안진을 먼저 들렀다. 부안으로 가는 길마다 소금을 실러 가는 수레들과 보부상들이 곰소항으로 향했다. 그녀는 부안진에 도착해 활자장 영감이 미리 연통을 띄워놓은 소중한 도토를 구했다. 묘덕은 그곳에서 하룻밤을 묵고 내일 다시 남원속현으로 떠날 참이었다.

 

“지랄염병 허다 땀도 못 내고 뒈질 놈들! 암튼 그 썩을 놈들의 노략질에 하루도 세상이 조용할 날이 읍당깨라! 천벌 받을 놈들여라.”

 

객주 아낙이 허리에 두른 행주치마를 신경질적으로 탈탈 털어내며 구시렁거렸다. 묘덕이 객주방에서 문을 열고 내다보았다.

 

“여보게, 무슨 일인데 그러시오?”

 

“아, 그 왜놈들이 오늘 또 남해에 쳐들어 왔당깨요. 염병지랄 맞을 놈들은 뭐 쳐 먹을 게 있는지 틈만 나면 저 지랄병인가 몰라라. 저 염병할 놈들의 노략질에 가뜩이나 죽을 판인 우리 맹크롬 가난한 양민은 걍 미쳐 죽겄당깨요. 아, 시방 순천만서 나랏님께 받칠 세금을 싣고 가던 조운선이 걍 홀라당 털려 부렀다 안 허요? 그라믄 그 세금을 다 누가 다시 내 것소? 조정에서 세금 면제 받은 스님들이 내겄소? 그렇다고 녹봉이나 뇌물에만 눈이 벌건 그 위대허고 훌륭하신 벼슬아치들이 내겄소? 하이고 우리 매치롱 하루 벌어 가꼬 하루 묵고 사는 처지들은 말여라. 조운선이 파도에 뒤집어졌다고 세금 다시 뜯겨 불고, 왜적 놈들에게 뺏겼다고 관아에 또 뜯겨 불고 아주 걍 미처분당깨요. 아 글씨, 왜적 놈들이 배를 백 척이나 몰고 쳐들어 와 가꼬, 시방 남해안이 쑥대밭이 되야부렀다 안 허요? 귀신들은 다 뭣 허나 모르것당깨. 그 썩을 놈들 안 잡아가고…….”

 

“맙소사! 주모 그럼 큰 일 아니오?”

 

“암만, 큰일 나분 거이재. 가만, 댁들은 워디로 가쇼?”

 

“내일 남원으로 가오.”

 

“워매! 워매! 호랭이가 물어가긋네! 아따 시방 그 짝으루다 가믄 겁나게 위험하당깨요? 괜히 갔다가 겁나게 거시기 혀불지 말구, 걍 내말 듣구 담에 가쇼잉.”

 

4월 초파일이 되었다. 모든 사찰과 마을마다 잔치로 술렁였다. 아침 일찍 절에 다녀와 마을마다 모여 잔치를 벌였다. 석가모니 탄신일을 기리는 축하행사가 한창이었다. 묘덕은 다시 남원으로 길을 재촉했다. 바닷가로 난 소나무숲길을 몇 구비 돌아드니 남원 땅이 나왔다. 순천만에 왜적이 침입했다더니 주변 동네들은 온통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곳곳에 관졸들의 경계가 삼엄했다. 묘덕이 탄 가마가 남원현 운봉속군 쪽으로 들어가려 하자 관졸들이 긴 창으로 살벌하게 가마 앞을 막아섰다.

 

“어디서 어디로 가는 가마요?”

 

“개경에서 남원속현으로 가오.”

 

금비가 대답하자 관졸들이 창을 들고 다가섰다.

 

“호패 좀 봅시다.”

 

묘덕이 가마 쪽창을 열고 호패를 내밀었다. 관졸이 그녀와 호패를 번갈아 보더니 막았던 길을 내줬다. 길을 가는 내내 불에 탄 마을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거리에는 부모를 잃고 우는 어린 고아아이들이 거지행색으로 떠돌았다. 묘덕은 가슴이 아팠다. 극심한 왜구들의 노략질은 끝이 없었다. 그들은 바다 건너 타고 온 배를 인근 바닷가에 쇠사슬로 단단히 묶어놓고 약탈을 일삼았다. 곳곳에 숨어 있다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갖은 만행을 저질렀다.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삼도 해안의 부와 군을 모조리 습격하고 방화를 저지르고 약탈과 살육을 벌였다. 남원속현에 도착하니, 그곳은 더했다. 저자거리가 온통 왜놈들 이야기로 술렁였다.

 

“아따. 글씨! 시체가 산과들을 덮을 정도로 왜구에게 당했당깨요.”

 

“아 왜 그, 이번에 노략질을 일삼은 놈은 그전에 쳐들어왔던 왜놈들보다 겁나게 포악하다 안 혀요. 걍 온 동네 소문이 파다허당게?”

 

“오매! 말도 말랑깨요. 그 싸가지 없는 놈이, 고려인은 누구든 걸리믄 걍 그 자리서 목을 뎅강! 쳐분다 안 헙뎌? 겁나게 씨를 말려분다요. 씨를!”

 

“아따! 그 가마닌지 가케인지 하는 싸가지 없는 왜장 놈이 말여! 온 몸에 걍, 겁나게 투구와 갑옷으로 전신을 무장 혀불고 걍 고려인들은 보이는 족족 명줄을 싹뚝, 끊어분답디요. 그라니께 다들 몸조심 하쇼잉? 아따! 아짐, 여그 술 더 달랑게 시방 뭣 헝가?”

 

“오메, 성질두 급하여라……. 시방 나간당깨요.”

 

묘덕은 객주에서 국밥을 먹으며 웅성거리는 그들의 대화를 묵묵히 듣고 있었다. 가슴이 아팠다. 다음날 묘덕은 남원속현에서 조금 떨어진 운봉속군 쪽으로 가마를 달렸다. 남원속현에서 나오는 청자는 임금님 진상품으로 유명했다. 그곳은 도자기를 잘 굽기로 도성에까지 소문이 자자한 곳이었다. 그런 지역의 흙이라면 질이 달라도 다르지 않을까 하는 것이 그녀와 활자장 영감의 생각이었다. 이 먼 곳까지 다녀가더라도 거푸집이 갈라지는 것만 해결된다면 망설일 일이 아니었다. 활자장 영감이 미리 연통을 띄워놓아 그곳 청자 가마의 도공은 친절하게 도토를 챙겨주었다.

 

“활자장님은 잘 계시지라?”

 

“네. 잘 계십니다.”

 

“그분도 인자는 연세가 꽤나 지긋혀불 테지라?”

 

“네. 그런데 도공님께서는 활자장 최영감님과 서로 잘 아시는 사인가봅니다.”

 

“암만, 그라지라. 그랑께 우리 부친 살아계실 때 말여라. 그 영감님의 선친과 두 분이서 호형호제하심서 맺어온 인연이 겁나게 오래되었지라. 최영감님은 본래 국자감에 있는 서적포에서 수쟁으루 기셨던 대단한 분이랑께요. 그 분의 조부께서두 오래전에 금속활자로 상정고금예문 복원에 동참하셨구만이라, 차후에는 고려대장경 복원하는 일까정 도맡아 하셨던 최현이라는 분이여라. 그 영감님 가문은 말여라, 조부이신 최 균 어르신으로부텀 혀서 선친이신 최 현 어르신 대에 까장 겁나게 거시기 헌 세도가의 집안이었지라우. 공중에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우찌 보믄 나라님 보담두 더 거시기 헌 실세의 후손이었구마이라……. 그 영감님 시방은 워짠일인지 솔찬히 껄적지근한 무리들 헌티 쫓기는 신세가 되야불고 말았지라.”

 

“맙소사……. 그 영감님이 쫓기시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도공은 멀리 허공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 다음 주 토요일(9/14) 밤, 37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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